<미스터 갈라테이아>



[ B6 / 36P(예상) / PG-13 / 3,000원(통판 배송비는 +2500원) ]


줄거리

현대AU. 예술품 전문 도둑 솔로와 특정 시간마다 살아서 움직이는 초상화 속 일리야가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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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발이 없어도 천리를 가는 소문을 모으는 자들이 존재했다. 보통 여러 입을 거치며 몸집을 불린 소문은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여겨졌지만, 본디 아니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았다. 널리 퍼진 연기의 근원을 제대로 찾기만 하면 반드시 진실이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진 소문의 진실은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보가 되었다. 소문을 많이 모으면 그만큼 정보가 늘어났고, 소문을 모으는 이들은 결국 정보를 모으려는 사람들이었다.

나폴레옹은 바로 소문을 모으는 사람들 명이었다. 그는 소문에 덕지덕지 붙은 것들을 모두 쳐내고 알맹이를 보는 데에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알아낸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일찍이 터득했지만 방법은 절대로 타인을 위한 것도 나폴레옹 스스로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그의 미적 기준을 충족하는 아름다운 예술품만을 쫓았다. 그의 미적 기준은 여간 깐깐한 아니어서 그를 만족시킬 만한 예술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항상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예술품을 찾아 신중하게 소문을 파헤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런 그를 항간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부르며 경멸하기도 칭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별명 따위에는 치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인 그에게 외의 것들은 그저 시시한 부산물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모스크바 근교의 작은 도시 끌린까지 지구 바퀴를 돌아서 오는 일도 나폴레옹은 전혀 번거롭게 여기지 않았다. 러시아의 위대한 음악가인 표트르 차이코프스키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끌린에는 러시아 제국 시절 대부호였던 쿠리야킨 가문 또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당시 쿠리야킨 가문의 재산은 차르보다도 많을 거라는 말이 정도로 어마어마했는데 볼셰비키 혁명으로 제국이 무너지면서 쿠리야킨 가문 역시 대부분의 재산을 혁명당원들에게 압수당했다. 다만 끌린에 있었던 별장이 쿠리야킨 가의 친척들 덕분에 기적적으로 가문에 반환되었다. 많은 예술품들이 혁명 이후 당에 소속되거나 세계 각지로 팔려 나갔던 것과 달리, 거의 온전히 모습을 유지한 별장은 시외곽의 조용한 주택가 면적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부지를 차지하는, 이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작품이었다. 지름이 5m 되는 분수대가 설치된 넓은 정원은 꾸며진 공원 같았고, 너머로 보이는 별장은 양쪽으로 길게 날개를 펼친 모양새로 전형적인 로코코양식을 따라 지어져 섬세하면서도 화려했다.

나폴레옹은 둥글게 퍼지는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에 서서 어둠이 내려앉은 거대한 저택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이나 내부 또한 베르사유 궁전처럼 화려한 대저택을 보는 그의 눈빛은 색깔처럼 푸르고 냉랭했다. 눈썹 끝이 쳐진 그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잠시 자리에 서서 저택을 노려보다가 좁은 저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얼른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까만 그림자를 방패처럼 온몸에 두르고서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따라 도둑고양이라도 소리 없이 민첩하게 걸었다. 저택에서 그가 잠시 머물고 있는 아파트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서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지만, 아무래도 팔을 활짝 벌려야 만큼 널찍하고 그의 키만큼 길쭉한 캔버스를 남들 눈에 띄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 밖에서 들고 있기는 힘든 탓이었다.

이런 작품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다니 정말이지….”

잰걸음으로 걷던 나폴레옹이 시야에 아파트 입구가 들어오자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는 힐끔 그림을 내려다보곤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그가 지금 손에 그림은 150 전에 쿠리야킨 가의 실존인물을 담은 초상화였다. 왕정 시대에 왕족과 귀족이 으레 그러했듯이 인물의 전신을 실물 크기로 그린 그림은 아주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가 두드러졌다. 그림을 그린 화가가 인물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리기로 유명한 콘스탄틴 마코브스키였으니 가히 그의 명성에 걸맞았다. 그림 속의 인물은 부드럽게 빛나는 금발과 옅은 푸른색 눈동자, 둥근 턱이 두드러지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젊은 남자로 어깨에 어두운 색의 두꺼운 모피를 두르고 붉은 색의 천으로 감싼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주로 여성을 모델로 삼았으나 남성을 모델로 그림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도리어 그는 초상화를 완성하여 쿠리야킨 가에 이후에도 저택을 자주 드나들며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시간이고 그림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을 만큼 초상화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그런데 그런 그림을 지하실 구석에 것으로도 모자라서 겨우 얇은 장으로 덮어놓은 쿠리야킨 사람들이 전부였다. 오늘 나폴레옹이 크게 상심한 것은 모두 탓이었다. 격동의 시대에서도 온전히 살아남았으며 화가에게도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경비가 삼엄하지 않았던 것은 그럴 있다고 치더라도 예술품을 함부로 방치한 사실을 나폴레옹은 도저히 이해할 없었다. 그림에는 분명 끔찍하고도 신비한 소문이 오랜 시간 동안 얽혀 있었지만, 쿠리야킨 저택에 사는 이들이 그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그들은 아마 그림이 사라진 사실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알아챌 것이다. 혹은 영영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었다.

*블로그 연재분은 여기(1, 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원고 마감에 차질이 생겨서 완결을 내지 못한 글입니다. 따라서 후편은 블로그를 통해 완결까지 연재할 예정이며, 블로그 연재분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책의 마지막 후기 페이지에 기재할 터이니 책을 참고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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