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존은 어색하게 웃었다. 얼굴 근육이 굳어서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클락은 그의 경련하는 입가를 힐끔 보고는 그를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그 슈퍼맨이야, .

거짓말 하지 말고.

정말이야. 나는 거짓말 안 하는 거 알잖아. , 정말이야.

 

클락은 여전히 저를 믿지 못하는 존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그 어느 누가 갑자기 내가 슈퍼맨이라고 하는 말을 믿겠는가. 더군다나 슈퍼맨이었다. 지구를 파괴하려던 몹쓸 외계인을 막아내고 인류를 구해낸 위대한 영웅. 마치 신과 같은 능력과 힘으로 모두를 지키는 슈퍼맨. 반드시 모두가 우러러보며 경외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슈퍼맨을 선한 정의의 존재라고 여겼다. 공정한 법과 위대한 정의의 힘을 믿고 실천하기 위해서 검사가 된 존은 그런 슈퍼맨을 가리켜서 이 시대의 진짜 정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앞에서 내가 슈퍼맨이오 했다가는 제 아무리 그가 진짜 슈퍼맨이라고 해도 긍정적인 응답을 얻기는 힘들 터였다. 클락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강력한 불신의 반응을 직접 대면하니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이 만우절이었나? 아닌데. 클락,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

.

.

 

존은 이제 걱정스러운 눈으로 클락을 보았다. 어떡하지? 클락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소위 말하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연인에게까지 하면서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는 것에 콩알만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일이 이제는 멀게만 느껴졌다. 슈퍼맨 수트라도 입어야 하나? 그는 수트를 숨겨둔 쪽을 힐끔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옷을 입고 나타났다가는 존이 그를 클락이 아니라 그냥 슈퍼맨으로만 볼 수도 있었다. 평소에는 아플 일도 없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이래서 골치 아픈 일이라는 표현이 생겼나. 클락은 존의 푸른 눈동자에 깃든 걱정을 애써 무시하며 좀 전의 그처럼 억지로 미소를 짓고 안경을 벗었다. 클락 켄트는 슈퍼맨이다. 그가 이 명제를 연인에게 증명하게 될 줄이야 그의 돌아가신 부모님도 절대 몰랐을 일일 것이다.

 

그는 손에 든 안경을 옆에 있는 탁자에 대충 던지듯이 올려놓고 존의 양 손을 살며시 잡았다. 존은 이제 걱정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클락은 한쪽 눈썹을 움찔거리고는 인도에서 요가를 오래 수행한 사람이 기를 모아 공중부양을 하는 것마냥 천천히 위로 떠올랐다.

 

클락?

 

클락은 맞잡은 두 팔이 팽팽해질 정도로만 떠올랐다. 위를 올려다보는 존의 표정이 현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진짜 슈퍼맨이야? 존은 목을 빼꼼히 빼고 클락의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와이어 같은 트릭장치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공중에 둥실둥실 뜬 채로 저를 보며 웃고 있는 클락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클락, 이게 대체….

말했잖아.

 

클락은 깃털을 들어올리듯이 존을 아주 손쉽게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놀란 존이 조금 버둥거리다가 클락의 어깨 뒤로 양 팔을 두르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존은 클락이 웃으면서 느껴지는 진동에 약간 긴장한 것처럼 몸을 굳혔다. 여전히 그는 조금 혼란스럽고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눈을 여러 번 깜빡여 보아도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천장이 머리에 닿기 직전까지 공중에 떠 있었다. 게다가 클락은 보통 성인남성 중에서도 키가 큰 편에 속하는, 아주 건장한 존을 거의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끌어올렸다. 존은 긴장한 자신을 달래듯이 등을 한 손으로 쓰다듬고 있는 클락이 갑자기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이야?

더 이상 거짓말 하기 싫었어. 그 슈퍼맨 맞아.

오….

 

존은 클락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얇은 천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과 연하게 나는 코코넛 향 샤워젤의 냄새가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맙소사. 존은 눈을 꼬옥 감았다가 떴다. 얼마 전에 터키에 여행을 갔을 때 사서 거실 바닥에 깔아놓았던 양탄자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보니 클락이 공중에 뜬 채로 천천히 날아다니는 모양이었다. 그는 다시 클락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클락은 다 이해한다는 양 존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아니, 나 지금 약간 토할 것 같아.

 

낮은 웃음소리가 또 한 번 존에게 진동으로 전해졌다.

'ARCHIVE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실리레오] 1  (0) 2017.09.01
[찰스모건] Devil's whisper  (0) 201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