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특성상 해외로 가는 출장이 많은 킹스맨의 기사들은 복귀한 후에 최소 24시간정도는 휴식시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 24시간이 지난 후에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일선으로 돌아가는 때가 종종 늦춰지곤 했는데 그 기간이 길수록 세계가 평화롭다는 뜻이니 그들로서는 더 없이 좋은 일이었다. 그 말인즉 이 일을 하는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모를 터였다.


카멜롯의 기사들 중에서 란슬롯은 그 사실을 그저 넘길 수 없는 것처럼 굴곤 했다. 그는 특히 퍼시벌의 일에 관련해서는 가끔 퍼시벌이 상상도 못했던 이벤트를 꾸미곤 했는데, 처음에는 퍼시벌이 정말 질색을 표할 정도였다. 본래 퍼시벌이라는 사람이 그런 것을 좋아하거나 즐기는 축은 아니었던 것도 있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붉은 색의 긴 촛불을 사이에 두고 란슬롯이 삼류 에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나 칠 것 같은 대사를 했을 때는 입맛이 그냥 뚝 떨어졌었다. 퍼시벌은 그때의 대사가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아직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했다.


그 후로는 서로의 일이 바빠 휴가가 겹치는 날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퍼시벌과 란슬롯은 같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퍼시벌은 본부에서 멀린과 아서에게 이전에 보냈던 보고서에 덧붙여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오면서부터 약간 피곤해졌다. 보지 않아도 란슬롯이 지금 집에서 그를 기다리며 무언가를 하고 있을 거란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온통 까만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안경을 벗고는 한 손으로 눈두덩을 문질렀다.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 짧은 것처럼 느껴졌다.



*



"뭐 부터 먹을래? 샐러드? 파스타? 아니면... 나부터...?"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삼류 에로영화에나 나올 법한 대사가 튀어나오는 것에 퍼시벌의 미간이 좁혀졌다. 저번에도 란슬롯은 똑같은 대사를 지껄였다. 그리고 퍼시벌은 들었던 포크를 소리나게 내려놓았었다. 그는 지난번의 일이 오버랩되는 것에 한숨을 쉬었다. 란슬롯도 저번에 퍼시벌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억할 터였다. 그러나 퍼시벌과의 차이라면 그는 실패를 망각하는 것이 매우 빨랐다는 것이다. 퍼시벌이 우뚝 선 채로 가만히 있자 란슬롯은 꽤나 교태스러운 눈웃음을 치며 끝에 레이스가 달린 하얀 앞치마의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살짝 잡아 들추었다. 그 밑으로 보인 허연 허벅지 위로 까만색의 레이스가 둘러져있었다. 거기에 연결된 검정 가터벨트의 끈이 살짝 보였다가 다시 하얀 앞치마 뒤로 가려졌다. 일부러 연출한 성적 긴장감이었는데도 퍼시벌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켜버렸다. 그에 란슬롯은 승리의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가증스럽긴. 퍼시벌은 눈을 감으면서 숨을 깊게 내쉬었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식탁에 한 팔을 올리고 서있던 란슬롯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란슬롯은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가까이 다가온 퍼시벌과 눈을 맞췄다. 퍼시벌은 왼팔로 흰 앞치마의 끈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란슬롯의 등을 감싸며 다가섰다. 서로의 숨결이 코앞에 느껴질만큼 가까워지자 란슬롯은 키득댔다.


"나부터네."

"도발에 넘어갔다고 착각하지마."


란슬롯은 짐짓 놀란 눈을 했다.


"아니라고?"


란슬롯은 말 끝까지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정말 잔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생각하며, 퍼시벌은 란슬롯이 식탁 위에 올리고 몸을 지탱하고 있던 팔꿈치 안쪽을 쳤다. 갑자기 지지하던 것이 무너지자 란슬롯은 비틀대며 뒤로 넘어지려고 했고, 퍼시벌은 그의 몸을 허리에 두른 손으로 받치며 식탁 위로 완전히 눕혔다. 허리가 뒤로 젖혀지자 자연스럽게 란슬롯의 다리는 바닥에서 붕 떴다. 퍼시벌은 허리를 약간 숙이고 식탁 위에 누운 란슬롯을 내려다보았다. 란슬롯은 장난기 가득한 눈을 하고 있었다.


"가끔 좀 솔직해질 필요도 있어."


약간의 빈정거림을 담은 말에 퍼시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란슬롯은 늘어뜨리고 있던 다리를 들어올려 퍼시벌의 허리께에 두르며 자신의 몸쪽으로 당겼다. 그에 퍼시벌은 조금 더 바짝 식탁에 다가설 수밖에 없었고, 그의 고간이 란슬롯의 검은 속옷에 닿았다. 그는 아래쪽으로 홧홧하게 열기가 몰리기 시작한 것을 느꼈지만 란슬롯이 하는대로 그저 가만히 있었다. 란슬롯은 여전히 입가에 장난기를 머금고 퍼시벌을 올려다보았다. 잠깐의 시선교환이 있은 뒤, 란슬롯은 퍼시벌의 허리에 둘렀던 다리 한짝을 풀어서 천천히 아래로 움직였다. 퍼시벌은 그의 다리가 자신의 엉덩이를 쓸고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허리를 더 숙여 키스했다. 식탁 위를 짚고 있던 그의 왼손은 이미 검은 레이스를 두른 허벅지를 마구 쓰다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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