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KINGSMAN

[퍼랜] Goodbye

2015. 5. 26. 04:58

단단한 마호가니로 만든 관의 뚜껑이 닫혔다. 마지막으로 본 창백한 얼굴에는 장의사가 한 화장이 덧칠되어있었으나 그마저도 얼굴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 때문에 어색해보였다. 퍼시벌은 마호가니 관이 운반되는 것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까만색의 넥타이, 까만색의 정장, 까만색의 구두, 그리고 까만색의 자동차. 모두가 까만색 일색이었다. 품에 안겨주었던 흰 꽃들만큼이나 하얬던 얼굴과 완전히 반대되는 검은색을 보면서, 퍼시벌은 어두운 관 속에 들어간 이는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퍼시벌은 천천히 교회의 뒤뜰로 돌아갔다. 푸른 잔디가 펼쳐져있는 교회의 뒤뜰에는 제각각 다른 모양의 묘비들이 서있었다. 뒤뜰을 둘러싼 나무들은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대는 소리를 내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잔디밭의 한쪽에 짙은 색의 흙이 파헤쳐져 있는 것은 그 풍경 속에서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퍼시벌은 그 자리를 둘러싸고 서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숙연한 표정으로 입을 벌린 구멍을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퍼시벌은 그 모양새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례식은 처음 와본 사람들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느 모로 봐도 평범한 장례식이었다. 퍼시벌은 저쪽에서 운구하고 있는 이들을 보며 걸음의 속도를 맞춰 걸었다.

 

구멍이 난 땅 앞으로 퍼시벌이 다가오자 모두가 그를 한 번 보고 거의 비슷하게 도착한 관을 한 번 보았다. 퍼시벌의 시선은 그저 이제 6피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관에만 붙박여있을 뿐이었다. 관의 뚜껑 위에는 음각으로 킹스맨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퍼시벌은 그 문양을 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흰 수선화의 꽃잎을 떼어내서 그 위로 흩뿌렸다. 흰색의 꽃잎들이 나풀거리며 관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퍼시벌은 다시 한 번 관 속의 하얀 얼굴을 떠올렸다.

 

Goodbye, James.

 

흩날린 하얀 꽃잎 위로 검은 흙이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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